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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_세계에_있는_앤캐가_죽고_다른_평행_세계의_자신과_행복하게_살고_있는_앤캐를_데리고_올_수_있다면_자캐는 네가 없는 서른여덟번째 밤. 당연하게도 오늘, 또한 악몽이다. 꿈 아닌 꿈 속의 너는 마지막을 반복하고, 그 손을 잡았지만 놓게된 채로 나는 무기한의 장마를 맞이한다. 그리고는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것에 젖은 눅눅한 기상. 시계를 보면 새벽 두 시도 덜 되어있음에 구토감을 느끼며 눈을 찡그리게 된다. 나는 네가 없음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새벽의 기함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너를 잊고 싶지 않았기에 이 두통을 삶으로 가져가자고 다짐한지가 수차례인, 그런 것의 서른여덟번. 당연하게도 오늘, 또한 나는 괴팍한 꿈에 젖어 기겁하듯 일어날 것이다. 꿈 자체는 별 거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

새삼스럽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너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이따금, 참 의외다. 내가 이랬던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색다를 것도 없지만- 예를 들자면, 뜬금없이 동기에게 집착을 부리는 거라던가. 네가 없으면 안될 것마냥 마차에 자리를 잡아놓은 거라던가, 네 아무렇지 않은 말들이 가슴을 후벼판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곤 '사랑에 홀린 사람에게 그런 일이야 흔하지 않아?' 하겠지만, 단언컨데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자신은 뒷감당이 되는 일만 벌이는 인간류였다. 휩쓸리긴 해도 그건 나의 선택이었으며, 휘말려 머리가 아파도 애초에 내가 따라갔던 것이라 생각했단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이 긴 서두가 무슨 뜻이냐면, 그런 의외의 일에 나는 익숙치 않다는 것이다. 더 상세히 말하라면,..

" 후우.... " 흔한 커피숍의 흔한 광경이었다. 내리쬐는 흔한 햇볕은 이제 노란 빛을 띄어보일 정도로 따스함을 두르고 있었고, 아래 있자면 그 어떤 딱딱한 이도 조금은 노곤노곤 해지는 그런 흔한 온도까지. 유일하게 흔하지 않은 이를 고르라면 백발의 청년이라고 하겠다. 꽁꽁 가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보기좋은 손 위로 둘둘 말린 붕대 아래 언뜻 보이는 화상흉터. 그 붕대보다도 흰 백발로 덮히지 않아 겨우 드러나는 자안은 총명해 보이는 것과 반대로 온갖 인생 풍파를 다 겪고 있는 양 쭈그러진 표정을 했으니 말이다. 애인에게 차이기라도 했나, 싶자니 왼손 약지의 반지는 얄쌍하게 빛나고 있었고, 일이 잘 안풀리나 싶자니 입은 옷의 그것은 꽤나 고급이었다. 활동성 있어보이는 인상에 비해 품색이 꽤나 점잖아 선물..

* 기울어진 글자는 외적 독백,또는 대화. 정자체는 내적 독백으로 봐주세요. 문득, 꿈에서 몇번이나 어린 널 만났던 날이 있었다. 아니, 새로이 너를 만났다고 하기엔 나또한 어려져 있었으며, 그 대화는 우리가 했던 기억 중 언뜻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사실 만남이라기보다 과거의 흔적에 가까울 것이다. 허나 그것을 회고, 또는 회상. 또는 추억, 또는 기억. 이런 단어들 중 어느 하나라고 정확히 명명하지 못하는 것은, 그 장면에 함유된 내 감정을 일컫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멍한 생각이 몽롱하게 머릿속에 차오른 새벽이었다. ' 걱정같은 걸 받으면, 계속 떠올라서 정말 아무것도 못할 것 같거든요~. ' 언제쯤일까? 잠에서 깨려 제 눈을 부비는 긴 손가락이 느릿하다. 더불어 머리회전도 둔한 시간이라, 끔뻑끔뻑 박..

검은 빛의 커튼이 햇볕을 바쁘게 흡수하는 시각, 여름의 발랄한 정오. 그 시간대에 일을 하는 사람 중 시원한 그늘이나 서늘한 휴식을 찾지 않을 인물이 얼마나 될까. 길을 지나는 소시민들은 등골이라도 서늘하게 하기 위해 귀신 얘기를 즐겨할 것이며, 또는 얼음을 오도독 삼키길 원할 것이다. 그런 여름 특유의 더위나기의 방법 중 한가지로 자주 선택되는 괴담의 시작점이자, 가장 시원하고 음침하게 생긴 곳으로 선택되는 곳. 그곳이 어디냐 함은, 제국의 모든 사람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대륙 끝의 마왕성을 일렀다. 주변에는 시체를 먹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고, 길을 잘못 들어 배고픈 나그네도 안색이 파리해져 도망을 가버린다는 대륙 끝의 철옹성. 그늘 중의 그늘, 숲의 가장 안쪽 어두컴컴한 나무 사이로 들어..